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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삽목 성공, 가다림이 필요했다. (23년7~9월)

물주는과학자 2023. 11. 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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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키우면서 어떻게 키워가는지, 식물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글을 쓰며 기록하고 있었지만 정말 귀차니즘과 약간의 바쁨으로 사진으로만 남기고 기록하지 못했다. 베란다에서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부트졸로키아라는 고추 모종을 구해서 키우기도, 바질 화문을 늘리기도, 몇 가지 줄기를 잘라다가 물꽂이를 하다가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올리브 가지가 너무 길어 가지를 잘라 흙꽃이를 했다. 조금 긴 기다림 후에 성공하기까지 별로 한 일이 없다. 

 

실내 배변을 하지 않는 그녀석을 아침마다 챙겨야 하기에 오전에는 화분을 볼 시간이 없고, 퇴근 후에야 잠깐 물을 주는 것뿐 베란다는 한동안 방치상태였다. 게다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온실가루이와의 싸움. 아직도 나를 괴롭힌다.

 

지난 여름, 올리브들의 가지가 너무 길어 가지치기가 필요했다. 인터넷으로 구매한 올리브여서 수형을 고를 수가 없었고 보내주는 그대로 키울 수밖에 없었다. 레시노의 경우는 가지의 모양이 비대칭이다. 호지블랑카는 삼지창처럼 생겼다. 화분에 적응이 되었는지 지난 봄과 여름에 폭풍성장을 하여 가지가 길어졌고 레시노의 경우는 줄기가 쳐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가지치기를 하여 수형 잡힌 올리브를 키워보고자 (10년 장기 계획으로다...) 흙꽂이를 했다. 결과는 성공. 

 

결론적으로 조건을 이야기하자면,

 

1. 잎은 3~4장이 제일 적당하다. 

2. 온도가 25도 이상 높아야 한다.

3. 잎이 마르지 않도록 덮개를 씌워 놓는 것이 좋다.

4. 가지이 길이는 5 cm 정도가 적당하다

5. 절대 기다림이 필요하다.

 

전에도 올리브 삼목을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그때에는 보습도 신경 쓰고 온도도 높게 유지했지만, 잎의 수가 많았고 가지의 길이도 길었다. 결국 가지 중간에 곰팡이가 피면서 실패한 경험이 두 번 정도 있다. 올리브는 마르면 잎을 쉽게 떨군다. 전에 삽목했을 때 대부분 그랬었다. 보습을 하고 있었지만 줄기가 긴 것이 원인이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올리브 삼목 과정을 살펴보자. 모아둔 사진과 머리속의 기억에 의존해 정리해 본다. 

 

 

7월 11일.

 

올리브 가지치기를 하자고 결심한 날이다. 아래 올리브들은 7월에 찍은 것이 아니라 그전에 직은 사진이다. 가지치기 전에 찍어둔 사진이 없다. 

 

올리브 레시노.
올리브 호지블랑카
길게 자란 레시노 줄기.

 

그중에 레시노의 가지를 찍어둔 사진 1장이 있었다. 길게 자라기만 하는 가지를 풍성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에 가지치기를 했다. 가지치기한 후의 사진도 없다니...

 

횐쪽이 레시노 가지, 오른쪽이 호지블랑카 가지.

 

그중에서 튼실한 가지로 레시노 3개, 호지블랑카 3개를 골랐다. 가지의 길이는 4~5cm 길이로 하여 끝을 대각선으로 잘랐다. 세균의 오염 등을 막기 위해서는 소독된 가위를 사용하거나 하라고 추천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곰팡이 포자나 균은 공기 중에도, 화분에도 존재한다. 그것을 이겨 뿌리를 내리는 것이 앞으로 건강하게 자랄 놈이기에. 잎은 모두 4장만 남겨두었다. 

 

흙에 꽂은 가지들.

 

흙꽂이 할 때 상토나 마사토가 좋겠지만 가지고 있는 흙이 분변토를 상토와 섞은 것 밖에 없어 거기에 꽂아 주었다. 흙은 물을 흠뻑 주었고 큰 그릇에 물을 1cm 정도 채워 두고 흙에 가지들을 꽂았다. 

 

 

그리고 수분이 증발되지 않고 관찰이 쉽도록 투명한 플라스틱 컵으로 덮어 두었다. 컵으로 덮어두지 않으면 잎이 말라 떨어져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요때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집에 있던 바질을 물꽂이를 했고 여러 가지들을 삽목해 보았었다. 바질만 성공하고 로즈마리나 라벤더는 실패...

 

 

7월 16일.

 

삽목한지 5일이 지났다. 그릇에 물이 줄어들면 물을 채워주는 것뿐 거실의 탁자 위에 둔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직 잎이 떨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다. 

 

 

 

7월 20일.

 

삽목한지 9일째. 바질 같으면 뿌리도 보일 것이고 뭔가 잎이 커지는 것도 보이겠지만 이건 나무라. 

 

 

그렇게 시간이 흘러....

 

9월 2일.

 

그동안 삽목이 잘 되어가고 있는지 너무나도 궁금하고 손이 근질근질했다. 그래도 못본척 놔두는 것이 좋다. 

 

이번 여름도 많이 더웠다. 베란다 온도가 35도 이상을 오르내리는 더위 속에서 올리브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올리브는 거의 두달 동안 거실에 있다가 베란다에 있다가 하기를 반복했다. 가지는 거의 변화가 없다. 육안상으로는 가지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잎이 떨어지거나 하는 실패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덮개를 열어 가지를 당겨보았다. 뿌리가 생겼다면 뽑히지 않아야 하는데....

 

레시노 가지 하나가 뽑히지 않는다. 뿌리가 생긴 것일까? 그래서 당장 확인하기로 했다. 

 

왼쪽이 호지블랑카, 오른쪽이 레시노.
뿌리가 생긴 레시노 가지 두개.

 

오호라. 뿌리가 나왔다. 하나는 여러 갈래로, 하나는 뿌리 한줄기만. 올리브 삽목 대성공이다. 그러나 호지블랑카는 변함이 없었다. 동일한 조건이었는데도 뿌리가 나오지 않았다면 올리브의 종류에 따라 삽목 성공률이 다른 것일까?

 

 

뿌리가 생긴 올리브 가지를 독립시켜주었다. 이제 이 가지는 10년을 목표로 외목대로 멋지게 키워볼 예정이다. 약간의 계획이 있다. 줄기를 코일 감은 모양처럼 키울지 아니면 두 가지를 서로 꼬아 꽈배기 모양으로 만들지... 

 

 

10월 2일.

 

삽목 성공을 확인한 한달 후, 남은 가지들을 살펴보았다. 호지블랑카 가지 하나는 9월 말쯤 잎이 모두 떨어졌다. 아마도 수분공급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잎은 떨어지지 않았으나 아직 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잎이 단단히 붙어있고 줄기도 건강하다. 

 

이 줄기들은 이글을 쓰는 오늘 11월 7일에도 베란다에 그대로 있다. 벌써 날이 쌀쌀해져서 뿌리내리기에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어쨌든 올리브 삽목은 성공했다. 53일 동안 기다림 끝에 올리브 식구가 늘었다. 

 

근데 원래 있었던 올리브를 보면 또 가지가 길다. 잘라주어야 하나 고민인데, 그러면 잘라준 가지는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든다. 가지를 그냥 버리기는 아깝고... 중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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