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24.
커피가루는 여러모로 유용하다. 커피를 내리고 난 후 찌꺼기는 한데 모아 냄새를 없애는 방향제로도 활용할 수 있고 화분의 거름으로도 쓰인다. 길거리의 까페에서는 모아서 재를 털도록 하기도 한다.
나는 커피를 내리고 난 후 주로 버리기는 하지만 가끔 커피나무나 바질의 비료 대용으로 화분 위에 뿌려 주곤 한다. 커피가루를 뿌리기 전에 흔히들 바싹 말려 화분에 뿌리라고 한다. 젖은 커피가루는 흰곰팡이가 피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른 커피가루를 뿌려준다고 해도 화분에 물을 주면 어짜피 젖기 때문에 경험상 말려주는 것이나 젖은 상태로 주는 것이나 별반 차이는 없다. 다만 커피가루를 뿌려주고 흙으로 살짝 덮어주면 곰팡이도 피지 않고 효과가 있다.
커피가루는 약산성으로 산성을 좋아하는 커피나무에게는 효과가 있다. 또한 다량의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어 거름 대용으로도 적합하다. 다만 커피가루를 직접 뿌려주면 수분에 녹는 성분들은 바로 효과를 줄 수 있으나 이외의 성분들은 각종 균들이나 곰팜이로 인해 분해되고 난 후 흡수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실제 우리집에서 키우고 있는 커피나무 1호에 떨어진 커피나무 잎과 커피가루 등을 화분흙 위에 얹어두었는데 조금 들춰보면 숲속의 흙표면에 떨어진 낙옆과 같은 상태이다. 낙옆들이 썩어들어가고 있고, 좋게 말하면 발효되고 있고, 커피가루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 부패과정 중에 좋지않은 균, 혹은 곰팡이들이 번식할 수 있어 좋지 않다.
그래서 커피가루를 미리 발효시키기로 했다.
우선 커피가루를 2주에 걸쳐 모아두었다. 가루를 더할 때마다 서로 섞어주고 마른 정도를 확인했다. 습도가 낮은 거실인데다 창가쪽으로 두어 커피가루를 완전히 말릴 수 있었다. 양은 500 ml 정도.
커피가루에 발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설탕을 뿌려주었다. 설탕은 발효시킬 때 많이 사용되는데 발효를 시키는 균들의 좋은 에너지 공급원이다. 백설탕보다는 황설탕, 황설탕보다는 흙설탕이 좋다고 하는데 주방에 찾아보니 황설탕 조금과 흙설탕 조금이 있어 다 쏟아부었다. 큰 숟가락으로 네 숫가락 정도이다. 부은 후 골고루 섞어 주었다.
이에 집에 있던 EM발표액을 부어주었다. 500 ml.
집에 미리 만들어 놓은 EM 발효액이 있어 그것을 부어주었다. EM 발효액은 쌀뜨물과 밀당을 섞에 EM 원액을 조금 첨가하여 만든 것이다. EM 발효액은 이곳저곳에 쓰기 때문에 한달에 한통 반을 쓰기 때문에 때때로 만들어 두고 있다. 최근에는 냉장고에서 오래된 미숫가루가 발견되어 쌀뜨물 대용으로 쓰고 있다.
생각에 발효액은 충분히 부어주어야 할 것 같다. 커피가루가 완전히 말라 물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재료는 다음과 같다.
커피가루 500ml
설탕 4큰술 이상
EM 발효액 500ml
플라스틱 통. 그냥 덮어주는 정도. 완전히 밀봉하면 폭발할 수 있음.
이 상태로 검은 비닐로 감싸 어둡고 따뜻한 곳에 보관한다. 우리집의 경우 난방용 배관과 밸브가 있는데 발효시키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굉장히 따뜻하다.
보관일은 온도를 고려하여 결정한다. 기억은 안나는데 어떤 국내대학에서 커피가루 발효에 대한 과제가 있었나보다. 우연히도 본 내용이 한 학생이 보관일이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을 남겼고 해당 교수님이 이렇게 답변했다.
적산온도가 600도이면 발효가 다 될텐데 완전히 발효되려면 700도 이상 되어야 한다.
온도가 아니라 적산온도. 수학적으로는 전기에서의 전력과 전력량과의 관계다.
식물에 대해서 적산온도의 정의는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열량을 나타내기 위한 지표로 일수와 일평균기온을 곱한 값이다. 건축에서도 같은 지표가 쓰인다. 다만 식물생육이 아니라 콘크리트 강도에 영향을 주는 값이라 한다.
어쨌든 적산온도 600도라는 것은 평균기온이 20도일 때 30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평균기온이 30도이면 20일로 시간이 단축된다. 그러면 평균기온이 100도이면 시간은 6일? 이건 발효가 안된다. 살균이다.
놓아둔 곳이 따뜻한 곳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겠지만 한달은 두려고 한다. 확실히 발효시키기 위해서다.
2021. 2. 25.
32일만에 발효 정도를 확인했다. 침실 안쪽 어두운 곳에 두었고 평균온도는 24도 정도였다.
가루 반죽 위에 하얀 것들이 많이 피었다. 이건 아마도 곰팡이일 것이다. 아니면 발효액 속의 균들이 모인 것일지도. 가끔 발효액을 오래 놓아두면 위에 하얀 덩어리들이 모인 것들을 보았었다.
냄새는 반드시 상큼한 냄새가 나야 하고 부패한 냄새가 나면 실패한 것이다.
냄새는 과연 어떨까 하는 기대감에 코를 대보니. 상큼하고 달콤한 커피향이 났다. 맨 처음때의 냄새보다 더 짙어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커피껌향이랄까.
뒤집어 섞어보니 아래쪽은 찐득한 느낌의 반죽이었다. 아래쪽의 향은 더 짙었다. 인터넷에 알려진 적산온도 600도 보다는 길고 평균온도 24도, 일수 32일이니 적산온도는 대략 768도이니 충분히 발효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거름을 주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하면 될 것 같다. 20cm 화분에 아이스크림 스푼으로 크게 네번 정도를 준다. 4~6주에 한번씩.
한가지 주의할 점은 이것을 주는 식물은 좀 가려야 한다. 현재 키우고 있는 식물들 중 산성토양을 좋아하는 알로카시아나 커피나무는 많이 주어도 무방하다. 원래 커피가루는 산성이고 커피를 내린 후의 찌꺼기도 산도는 떨어지나 산성이다.
지금 키우고 있는 아보카도의 경우는 중성토양을 좋아하기 때문에 커피 거름을 주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다. 식물의 조건에 맞게 주고 과다하게 주지 않고 적당량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친 사랑은 식물을 힘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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