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일.
요 며칠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선, 오늘 지저분했던 베란다를 모두 깔끔히 정리했다. 정리하기 전에 모습은 차마 담을 수 없다. 베란다의 바닥이 거의 바깥의 화단 수준... 화단이 아니라 그냥 땅바닥...
쓸고 닦고 해서 깨끗이 했다. 테이블도 옮기고 등등해서 분위기도 조금 바꿔 보고...
하지만.......
나는 허브들을 키우는 데에는 별로 소질이 없나 보다. 먼저 갔던 캐모마일 이후, 타임과 오레가노도 보내주었다. 오레가노는 이름과는 다르게 오레가지 못했다. 일단 관심을 주지 못한 게 문제였다. 키우고 있는 고추들에게만 관심을 주니...
창밖의 실외기에서 한참 일광욕을 즐기던 바질을 들여놓았다. 가지 정리를 하지 않아 이리저리 늘어져 있다.
라임바질 화분은 정리했다. 너무 일찍 가을을 맞이한 것인지 잎들이 많이 떨어지고 해서...
집에서 두 번째로 잘 자라고 있는 허브는 페퍼민트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신경 쓰지 않아도 자기가 알아서 잘 자라는 키우기 쉬운 허브라는 뜻이다. 지난번에 가지치기 이후에도 잘 자라고 있다.
조금만 더 자라게 한 후에 이다음에는 페퍼민트 차를 만들어 볼까...
세이지는 정말 노답이다. 위로 웃자라기만 하는 데다 줄기에 힘이 없어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세이지는 원래 넝쿨식물이 아닌데 넝쿨식물처럼 보인다. 꽃도 필 것 같지 않고.
좀 더 큰 화분에 심어줄 것을 그랬나...
로즈마리는 건강을 회복했다. 흰가루병으로 정말 고생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흰가루병은 하나도 안 보인다. 역시 마요네즈 희석액이 최고다.
베란다의 분위기도 바꾸었으니 바질도 정리가 필요해 보여서 가지치기를 했다.
우선 모든 꽃대는 잘랐다. 일부는 꽃이 지고 씨앗이 있는 것들도 있었고 아직 꽃을 피우기 위해 꽃대를 이제 막 올리기 시작한 것들도 있었다. 꽃을 피우다 보니 잎들이 작아진 것인가?
자르고 나니 시원하다. 진작에 한 번은 해주었어야 했는데 게으르다 보니...
그런데 고민이다. 원래 이 바질들은 가을 막바지 즈음에서 정리하고 내년에 새로 키우려고 했다.
그냥 해를 넘겨서 계속 키워 볼까?
바질을 봄부터 키우기 시작해서 가을이 되다 보니 가지의 일부분이 목질화 되기 시작했다. 바질도 나이를 먹는 것이겠지.
그 바질이 만든 씨앗이 화분 흙 위로 떨어져 발아가 되었다. 새 생명의 시작.
이 작은 화분의 생태계에서도 생명의 탄생과 나이먹음, 그리고 여러 작용들이 있다. 흙 속의 물질들이 분해되거나 합성되는 화학작용, 물이 증발되거나 흙 속에 퍼져나가는 물리작용,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균들의 생활과 서로 간의 싸움들, 눈에 보이는 온실가루이의 바질에 대한 공격, 그 가운데서도 열심히 생명활동을 하는 바질...
이 외에도 많은 일들이 이 작은 화분에서도 벌어질 것이다.
흙 위로 떨어진 씨앗이 발아되는 것을 보는 순간, 인위적으로는 화분을 정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냥 자연의 순리대로, 돌봐주다가 바질이 이번 가을을 견디지 못하면 정리하는 것으로...
해를 넘기면 넘기는 대로...
9월 18일.
어제 화원 아웃렛에 갔었다.
무관심 속에, 분갈이 잘못으로 보내버린 올리브.
그리고 몇 달은 그냥 잊고 있었다가 다시 올리브를 키워 보고자 갔었으나 눈에 맞은 것이 없어 그냥 왔다.
한 아웃렛에서..
커피나무를 보았다.
집의 커피나무와 사뭇 다르다. 커피체리가 주렁주렁 열렸다. 어떻게 저렇게 많이 열렸지...
집의 커피나무는 몇 년 동안 지금까지 체리가 8개가 열린 듯하다. 꽃도 잘 피지 않는다. 뭔가 문제가 있다. 분갈이가 문제일 수도...
하지만 화분의 크기가 커서 분갈이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커피나무를 보면서 로즈마리도 봤다. 그러면서 결심.
"로즈마리 분갈이하면서 여러 그루를 나누어주자."
마침 블로그를 찾아주신 고추맨님도 분갈이가 좋겠다 하여 바로 실시.. 로즈마리는 몇 년 전, 집에 들여왔을 때 처음 분갈이를 하고 그동안 전혀 분갈이를 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 분갈이도 흙을 바꾸지 않고 화분에서 빼서 그대로 다른 화분에 옮겨 심은...
몇 그루가 함께 붙어 있어 나누어 줄 겸 해서 분갈이를 시작.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로즈마리는 하나였다. 삽목으로 번식시킨 로즈마리.
로즈마리를 위해서는 마사토와 같이 물빠짐이 좋게 해주는 것이 필수다.
전에 흙을 갈아주지 않은 것을 이제 와서 후회한다...
로즈마리를 맨 처음에 화분에서 들여왔을 때 로즈마리는 여러 그루였는 줄 알았다. 그때, 분갈이도 화분에서 빼내 흙을 털어주지 않고 흙채로 옮겼다. 이것이 로즈마리를 지금과 같이 만든 원인이라 생각한다.
흙을 털어내 보니 로즈마리 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뭔가 문제가 있다. 로즈마리는 뿌리 활착이 빠르고 잘 자라나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화분 안에 뿌리가 꽉 찬다고 한다. 그래서 분갈이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뿌리가 많이 상해 있다. 이건 물빠짐이 좋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물빠짐이 좋아야 하는 로즈마리 화분의 흙에 진흙 덩어리가 함께 있었다. 보통 로즈마리는 화원에서는 삽목으로 번식시킨다. 삽목으로 번식된 로즈마리와 발아시켜 키운 로즈마리와는 가격차이가 있고 모양도 사뭇 다르다. 가격은 싼데 목질화가 잘 되어 있다면 대부분은 삽목으로 키운 것이다.
진흙을 걷어내고 마사토를 섞었다. 물빠짐을 좋게 하기 위해..
로즈마리를 나누어 두 군데에 나누어 심었다. 제일 튼튼한 것을 토분에 심고 자른 하나를 임시 화분에 심었다.
물은 주지 않았다. 며칠 전에 물을 주어 흙이 충분히 축축하다.
이왕에 분갈이를 하는 김에 세이지도 분갈이를 해 주었다. 세이지는 뭔가 넝쿨처럼 자라는 듯한...
내가 분명 잘못 키우고 있는 것일 것이다. 여러 그루의 세이지가 있던 화분은 빼내 보니 뿌리가 서로 엉켜 있다.
과감하게 가위로 뿌리들을 잘랐다.
바닥을 기지 않고 똑바로 서 있는 세이지 하나를 독방으로 옮기고 바닥을 기고 있는 세이지를 화분 하나에 몰아주었다.
전의 흙과는 조금 다르다. 양분도 풍부하고 마사토를 많이 섞어 물빠짐도 좋다.
집에서 잘 자라고 있는 건 바질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시각은 너무 늦어 어두워 사진을 남기기 어렵다. 바질들은 잘 자라고 있다.
식구들이 바질을 보며 하는 말이 있다.
"역시 바질 키우는 소질이 있어. 잘 키우네.."
그러면 내가 하는 대답은 이거다.
"그럼 윗도릴 키워볼까?"
난 아재다.
9월 24일.
아.. 힘들다.
로즈마리를 하나 보냈다.
분갈이의 잘못일 것이다.
원인은 분갈이 잘못이다. 분갈이를 할 때 뿌리에서 흙을 다 털지 말았어야 했는데 진흙 때문에 다 털어주다 보니 생긴 문제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로즈마리.
오늘은 본가를 가야하는 날이기 때문에 한가지 계획을 세웠다.
로즈마리 가지를 좀 잘라와야겠다는...
위 사진은 예전에 이번에 분갈이한 로즈마리의 가지를 잘라 삽목해서 키운 로즈마리다.
우리집 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정말 잘 키운다. 능력자다.
이번에는 반대로 내가 가지를 잘라왔다. 두 개.
잘라온 가지 두 개를 삽목 준비를 했다. 줄기 끝은 비스듬하게 자르고 아래쪽의 잎은 모두 제거.
그리고 삽목. 사진상 흙은 진흙같아 보이지만 고운 마사토다.
사실 고운 마사토이기는 하나 진흙 같은 느낌도 들어 나중에 굵은 마사토를 섞어 주었다.
또 요단강을 건너게 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다시 도전해 보자.
이번에는 제대로....
햇빛을 좋아하는 바질은 정말 햇빛을 받으면 잎도 윤기가 흐르고 튼튼해지고 향도 짙어진다.
무관심 속에 핀 꽃이 열매를 맺고 다시 화분에 떨어져 시간이 흐른 후 발아가 되었다.
꽃대는 그냥 건드리지 않고 있다. 바깥에 두다가 더이상 날이 추워 둘 수 없을 때 가지를 한번에 정리해 볼까 한다.
조만간 바깥에 있는 화분과 자리를 바꿔볼까 한다.
이제는 가을... 곧 겨울 준비를 해야 하는데... 화분들 중에 베란다에 그냥 두어도 될 만한 것이 별로 없다.
모두 실내에 들여와야 하는데.. 자리가...
[허브와 채소 키우기] - 베란다에서 허브 키우기 (22.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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