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와 채소 키우기

고추와 허브에 사는 흰가루이와의 싸움.. (22년 10월)

물주는과학자 2022. 10. 2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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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어느날부터인가 보이기 시작한 하얀 벌레. 날아다니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집에 없었는데 어느날인가부터 한두마리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집에서 키우는 하바네로를 살피느라 가지를 건드리니 갑자기 하얀 벌레들이 순식간에 날라 올랐다가 사라졌다. 흰색 가루이였다. 가루이에는 두가지가 있다고 한다. 담배가루이와 온실가루이.너무 작아서 뭔지는 정확하게 구분이 안간다. 

 

집에서 키우는 하바네로.
자세히 보면 작은 하안색 벌레가 가루이.

 

뭔가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너무나 많이 살고 있고 가루이 개체수를 셀 수도 없다. 집에서 파프리카를 키우면서 발생한 잎응애를 없애기 위해 천적인 칠레이리응애를 뿌려서 깔끔하게 없앤 경험이 있어 천적을 검색했다. 

 

지중해이리응애. 가루이의 천적이라고 한다. 성충은 못잡아 먹지만 알과 유충은 먹는다고 하니 한번 시도해 본다. 

그래서 지중해이리응애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10월 5일.

 

국내에서 지중해이리응애를 판매하는 곳은 두군데가 검색된다. 성공할지는 모르겠으나 한번 시도는 해보자는 마음으로 구매한 천적이 집에 도착했다. 포장지에 뭔가 먼지같은 것들이 많이 붙어있다. 

 

구매한 지중해이리응애
뭔가 기어다닌다.

포장지를 뜯어보니 봉지 안에 있어야할 밀기울이 조금 나와 있었고 뭔가 하얀 작은 점들이 기어다니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지중해이리응애였다. 

 

바로 고추들에 걸어주었다. 이리응애들이 열일해주길 바란다. 

 

 

내가 정말 조심히 실험하고 있는 파프리카-하바네로 접목가지에도 걸어 두었다. 제발 가루이가 사라지길 기대하면서...

 

 

10월 15일.

 

걸어둔지 열흘이 지났다. 흰가루이가 없어졌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익어가고 있는 파프리카-하바네로 접목 고추에 흰점이 기어다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리응애들이 열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루이가 너무 많다. 

 

 

10월 22일.

 

고추를 살펴보니 가루이가 정말 많다. 셀 수도 없다. 가루이들이 잎 뒷면에서 옹기종기 즙을 빨고 있다. 내가 고추를 키워서 흰가루이를 사육하고 있는 느낌이다. 

 

지중해이리응애를 이용한 흰가루이 퇴치는 실패한 건가? 이리응애가 알을 먹는 속도보다 가루이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서 그러는 듯.

 

 

과감하게 방법을 바꾸었다. 난황유를 이용한 방법.

난황유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벌레들이나 흰가루병을 퇴치하는데 가정에서 많이 쓰이는 방법이다. 몇달 전에 로즈마리에 생겼던 흰가루병을 난황유 희석액으로 없앤 적이 있다. 벌레 퇴치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중해이리응대로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이 방법이라도 써 보는 수 밖에 없다. 

 

우선 난황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너무나도 귀찮다. 완전 귀찮이즘. 난황유와 거의 구성성분이 비슷한 마요네즈를 사용하기로 한다. 마요네즈는 달걀 노른자, 기름, 소금(?) 등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달걀 노른자에 포함된, 기억이 나지 않는(찾아야겠지만 이것도 귀찮다.) 어떤 성분이 친수성과 소수성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어 계면활성제 역할을 한다. 즉 기룸 입자를 감싸 물과 섞이게 만드는 유화작용을 한다. 이 성질을 이용해서 기름이 물과 섞이도록 한 것이 난황유이다. 난황유에서는 노른자보다는 기름이 중요할 듯하다. 

 

만약 손에 기름이 잔뜩 묻었을 때 기름을 닦고 싶다면 계란 노른자로 닦으면 된다. 기름은 닦을 수 있다. 다만 손에 달걀 비린내가 남을 뿐이다. 

 

500ml 분무기에 마요네즈 티스푼 하나를 넣어 흔들어주었다. 마요네즈 성분이 기름이더라도 물과 잘 섞인다. 물과 섞이는 것이지 녹는 것은 아니다. 

 

마요네즈 희석액

먼저 커다란 비닐봉투로 고추들을 감싸 주었다. 가루이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하바네로 2호의 기다랗게 위로 자라는 가지를 자를 수 밖에 없었다. 키가 너무 커서 감싸지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아래쪽에서 조그마한 입구를 만들어 분무기로 사정없이 마요네즈 희석액을 뿌려주었다. 정말 사정없이 부려주었다. 

 

 

가루이가 고추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페퍼민트에도 많이 산다. 이것도 동일한 방법으로 희석액을 많이 뿌려주었다. 

 

바질에도 사는 가루이. 바질은 화분도 크고해서 희석액만 뿌려주었다. 가루이가 많이 살고 있는 바질은 베란다 바깥 에어컨 실외기 위로 보냈다. 

 

마요네즈 희석액을 뿌려주면서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다. 난황유 희석액을 뿌릴 때에는 반드시 실외에서 하거나 욕실에서 해야한다는 것을. 뿌려주고 난 후 바닦이 끈끈하다. 분무기로 뿌린 희석액이 바닦에 묻은 것이다. 

 

 

 

10월 26일.

 

희석액을 뿌린 후 4일째. 비닐로 감쌌기 때문에 고추의 가지와 잎이 상할 것 같아 상태를 보고 사워를 해 주기로 했다. 비닐로 감쌌기 때문에 비닐 안쪽은 매우 습한 환경이다. 

 

 

슬쩍 들춰보니 가루이가 거의 보이지 않아서 바로 욕실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센 물줄기로 가지와 잎들을 닦아 주었다. 가루이가 날라다니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습환 환경에서 가루이들이 질식사를 했을 것 같다. 난황유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 너무 습한 환경으로...?

 

 

하바네로 1호와 2호 모두 닦아 주었다. 가루이 성충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동안 가루이가 낳은 알과 유충들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오랜시간 물줄기를 쏘였다. 

 

 

비닐 안에서도 고추는 크고 있었다. 이 고추는 어른 엄지손가락 크기다. 지금까지 열렸던 고추의 두배 크기. 아직도 꽃이 피고 고추가 달린다. 연중 무휴..

 

마요네즈 희석액을 뿌리고 씻어주고 말리고... 한번에 끝낼 일이 아니다. 하루이틀 햇빛을 보게하고 말렸다가 주말에 다시 희석액을 뿌려주어야겠다. 아직 남아있을 알과 유층을 없애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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