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9월, 아직은 더운 시기에 잘 자라고 있는 커피 1호와 2호.
잎이 처지면 물을 주기만 할 뿐, 잎이 떨어져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다 보니 베란다 바닥은 거의 숲길이다. 그나마 사진 찍기 전에 치워서 그나마 깨끗하다. 커피나무의 폭이 워낙에 커서 자리를 넓게 차지하고 있고 햇빛을 가려서 거실이 조금 어둡다.
내가 왜 두 그루나 키우게 되었을까, 그때 물꽂이를 하지 말걸, 이런 후회를 조금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가드닝이란 것에 관심을 갖게 해 준 커피나무이기에 고마움을 느낀다. 우리 집 다른 식구들에게는 천덕꾸러기지만.
그렇게 시간이 흘러....
11월 26일.
날이 추워져서 커피나무를 거실에 옮겨 놓아야 할 시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경험상 커피나무는 10도 이하가 되면 잎이 냉해를 입어 갈색으로 변한다. 베란다를 확장하지 않아 베란다가 추운데, 실외 온도가 영하 10도일 경우 베란다의 온도는 0도 정도 된다. 커피나무를 베란다와 거실 사이의 유리문에 가까우 붙여 놓은 적이 있었는데, 문틈 사이로 들어온 차가운 공기 때문에 커피나무의 아래쪽 잎들이 냉해를 입은 적이 있다. 온도계로 문틈 안쪽, 즉 거실 쪽의 틈의 온도를 잰 적이 있다. 그때 온도는 약 3~4도. 확실히 커피나무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이기에 추위에 약하다.
지금 거실이 전부 "그 녀석"의 집으로 되어서 새롭게 놓을 곳을 찾아야 하는데, 우선 커피나무의 몸집을 줄이는게 우선이었다.
그래서 뒤늦은 가지치기를 하기로 했다.
우선 2호부터. 2호는 1호의 물꽂이로 생겨난 것으로 키는 실내 천장을 거의 닿을 정도로 키가 크다. 한창 자랄 때 위 끝가지를 자른 적이 있었지만 커피는 계속 위로 자라는 경향이 있어 위로 뻗는 가지가 계속 나온다. 2호보다는 1호가 더 심각하다.
그래서 과감하게 잘랐다.
뿐만 아니라 모든 가지들의 끝을 잘랐다. 가지가 너무 길게 자라면 잎의 무게로 아래로 처지게 된다. 아래쪽에 있는 가지들의 일부는 가지치기를 해 준 적이 없어 대부분 가지가 처져 있다.
이렇게 끝을 잘라 놓아도 2~3개월 후면 다시 가지 사이에서 새 가지가 나와 길게 자랄 것이다. 실내이기에 무조건 잘라 줄 수 밖에 없다.
1호는 가지들의 서로 얽혀 있다. 사실 1호는 2호와 달리 원줄기가 2개다. 처음부터 그랬다. 어디에서 본 적이 있는데, 커피 콩을 심을 때에는 콩 두 개를 함께 심는다고 한다. 커피 콩이 발아해서 싹이 날 때 잘 자라는 것을 놔두고 늦게 자라거나 약한 싹을 솎아 주면 남겨 둔 싹이 잘 자란다고 한다.
그런데 1호는 잘 모르겠다. 처움부터 가지가 두 개였는지 아니면 싹이 두 개였는지. 처음 모종일 때부터 줄기는 두 개였다.
그러다 보니 각 줄기로부터 나온 가지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특히 가지 끝은 심각하다. 1호는 끝을 여러번 자른 적이 있다. 그 끝을 잘라 물꽂이 해서 생겨난 것이 2호이며 본가로도 보냈었다.
그 이후 가지 사이에서 다시 위로 자라는 가지들이 나와 위로 뻗어가고 있다. 이미 천정에 닿았다.
2호처럼 1호도 줄기 끝부분드를 모두 자르고 가지 끝부분들도 잘랐다.
그 녀석은 뭔가를 하고 있으면 참견하려고 애쓴다. 가지치기 중에 떨어진 잎을 물고 다니고 뭔가 장난칠 것이 없는지 계속 살핀다.
많은 가지들을 잘랐다. 갈려진 가지들이 수북하다. 몸집을 줄여줬으니 놓을 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마당치 않다.
결국 TV 옆에 두었다. 양쪽에 하나씩. TV를 가린다. 어차피 그 녀석 때문에 거실에서 TV를 보지는 않지만. 겨울만 참자.
이렇게 실내에 두면 빛을 받지 못해 비실거린다.
지금까지 커피나무를 실내에 두었을 때 해준 조치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화분을 올려놓는다. 확실히 밝은 창가 쪽을 바라본 잎들과 어두운 안쪽의 잎들은 색과 크기가 다르다. 그리고 가지의 길이도 밝은 창가 쪽이 잘 자란다. 커피나무를 처음 키웠을 때는 몰랐는데 겨울을 지나고 보니 커피나무가 비대칭이 된 것을 알고 때때로 화분을 돌려주고 있다.
이렇게 커피나무들이 겨울을 보낼 준비를 끝냈다.
이제부터의 걱정은 과연 그 녀석이 커피나무 화분을 가만히 둘 것이냐는 것이다.
12월 18일.
그 녀석은 커피나무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커피 잎이 떨어지면 화분에 쌓아둔다. 화분에서 썩어서 다시 비료가 되어 흡수되라고, 또 잎들을 처리하기 간편해서 그럼게 한다.
문제는 그 녀석은 화분 흙을 파헤쳐 놓는다는 것이다. 뭔가 새로운 걸 보거나 가족 중에 새로운 것을 하면 많은 관심을 갖고 참견하려고 한다.
그 녀석은 가지치기도 봤고 물 주는 것도 봤다. 비료도 보고. 커피나무를 들여놓기 전에 베란다에서 수도로 물을 줄 때도 참견 대마왕이다. 굳이 그릇에 물이 있는데도 그 물보다 호수에서 나오는 물이 시원한지 화분에 물을 줄 때도 화분에 코를 박고 물을 먹었다.
이번에는 잎을 따고 흙을 헤쳐 놓고...
사료 그릇을 놓을 곳이 없어 TV 앞에 커피나무 사이에 놓았다.
그런데 옆에 있는 커피나무 화분으로 장난을 치다 보니 거실이 더러워져서 결국 뭔가로 막았다.
책..
이제는 떨어진 잎만 물고 다닌다.
처음에는 가지에 달린 잎들을 물고 뜯었지만 관심도가 떨어졌다.
이것도 관심이 없어지길 빈다. 어떤 강아지들은 분리수거도 한다는데.. 떨어진 잎을 화분에다 넣는 훈련을 시켜야 하나...
안될거다. 워낙에 식탐이 있다보니...
개는 나뭇잎이나 허브들을 좋아한다. 그걸 보며 하는 말.. "개 풀 뜯어먹는다"
[나무 키우기/커피나무] - 커피나무 키우기 (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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