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고추에 물을 주고 전체적으로 한번 살펴보았다. 물을 화분에 주는 것뿐만 아니라 비를 맞은 것처럼 위에서 샤워해 주었다. 고추들은 잘 크고 있다. 캐롤라이나 리퍼는 꽃도 많이 피고 1호는 고추도 제법 열렸다. 지금 안 사실이지만 캐롤라이나 리퍼는 정말 캐롤라이나 리퍼가 맞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캐롤라이나 리퍼와 부트 졸로키아는 인터넷에서 모종으로 구입해서 키우게 된 것으로 모종 네 개를 구입했었다. 깜빡하고 두 종류의 모종을 구분하지 않아 어느 것이 캐롤라이나 리퍼인지 부트 졸로키아인지 헷갈렸다. 부트 졸로키아 고추가 열리고 그게 부트 졸로키아라고 확인할 수 있어서 두 모종을 겨우 구분했다.
부트 졸로키아는 고추가 조금 기다랗게 생겼다. 그리고 표면이 울퉁불퉁하다. 맛은 역시 맵다. 아주 많이.
부트 졸로키아는 키우다가 잎에 병이 생긴 것 같았고 없어지지 않아 키우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줄기를 잘라버렸다. 그리고 화분은 한켠에 방치해 두었다. 그러나 다시 잎을 내고 자라고 있다. 함께 심은 두 그루 중에 하나는 살고 하나는 죽었다. 자라는 속도는 아주 느리지만 어쨌든 죽지 않고 자라고 있고, 잎에 있었던 이름 모를 병도 현재는 없다. 다시 무럭무럭 자라서 고추를 만들었으면 한다.
캐롤라이나 리퍼 1호는 꽃이 엄청 피고 있다. 이 꽃들은 수정이 되지 않으면 그냥 힘없이 떨어지고 만다. 야외에서 키우는 것이라면 벌이나 바람에 의해 수정이 되겠지만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베란다라면 수정이 되기는 쉽지 않다. 한 때는 선풍기 바람을 쏘여서 자연 바람처럼 수정을 시키려고도 했지만 크게 효과는 보지 못했다. 일일이 손으로 꽃을 문질러 수정을 시켜주고 있다.
맨 처음에 열렸던 캐롤라이나 리퍼라고 믿고 있던 고추가 빨갛게 익었다. 크기는 크지 않지만 어쨌든 제대로 열렸다. 작년 가을에도 고추들이 달렸지만 영양분이 부족한지 아주 작은 크기로 열렸지만 지금은 거름도 신경 써서 주고 하니 작년보다는 크게 열렸다.
그런데,
생김새가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작년에 열렸던 것들은 크기가 매우 작아서 그러려니 했었지만 올해 다시 열린, 보다 큰 고추들의 모양은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캐롤라이나 리퍼가 아니다.
위 사진의 고추가 캐롤라이나 리퍼다. 캐롤라이나 리퍼는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고추 끝에 긴 꼬리가 있다. 생김새 자체가 악마처럼 생겼다고 할까. 그냥 모양을 보고라도 이건 정말 맵겠다는 생각이 날 정도다.
하지만 작년에 열렸던 고추들이 크기가 매우 작아 그냥 작아서 그랬겠거니 하고 생각한 적이 있고, 하나를 따서 라면에 넣어 먹었을 때는 청양고추보다 매운데? 하는 정도. 청양고추의 100배 이상 매운 거라면, 그러니까 하나를 넣었을 때의 매운 정도가 청양고추 100개의 매운 정도라면. 정말 매울 것 같다. 라면 하나에 청양고추 100개를 넣어 먹는다면. 하지만 매운 정도는 그 정도는 아니었고 생각하기에는 집에서 키우니 매운맛이 덜한 것이었고, 크기가 작았기 때문에 잘 구분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열린 고추들은 제법 커서 생김새 구분이 가능한 수준이다. 모양을 보면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롤라이나 리퍼 모양이 아니다. 표면이 매끄럽고 약간 주름이 있는 모양이다. 인터넷 모종 판매처에서 구입했을 때는 분명 캐롤라이나 리퍼라고 했다. 지금까지도 캐롤라이나 리퍼라고 믿고 있었다. 판매처에서 잘못 보낸 것일까? 아니면 판매처에서도 이것을 캐롤라이나 리퍼라고 믿고 있는 것인가? 구입한지 1년이 지나 이제 와서 클레임을 걸 수도 없고.
지금 열린 고추의 모양과 작년에 라면에 넣어서 먹은 기억을 토대로 인터넷에서 이 고추의 종류가 무엇인지 찾아 보았다.
제일 생김새가 비슷한 고추는 아바네로라고 하는 고추이다. La Habana라고 하는 곳이 원산지 이며 부트 졸로키아가 나오기 전까지는 가장 매운 고추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매운 정도를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는 청양고추는 2000~1만, 아바네로는 10만~35만, 부트 졸로키아는 85만~100만, 캐롤라이나 리퍼는 156만~220만, 가장 매운 고추인 페퍼X는 318만이다. 기록상으로는 4번째로 매운 고추이다. 이 고추를 아바네로 고추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맛이 좀 특이하다는 것이다. 먹어 보았을 때 청양고추보다는 훨씬 맵다. 그런데 뭔가 특이한 맛이 있다. 과일향 같기도 하고 화장품 같기도 한 표현하기 좀 어려운 향이 있다. 아바네로는 매운맛뿐만 아니라 감귤류의 과일 향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기에 난 이 고추가 아바네로 고추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종류의 고추이든 잘만 키우면 되겠다. 퉁풍도 잘 되지 않고 햇빛도 적은 베란다 환경에서 이렇게 잘 크고 있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게다가 지난 추운 겨울을 베란다에서 보내고 잎을 거의 떨구었는데도 불구하고 봄이 되니 작년보다도 더 많은 꽃을 피우며 더 큰 고추를 맺고 있으니 말이다. 감사한 마음에 샤워를...
위 사진은 최근에 성공한 파프리카 모종 접목한 부분이다. 아바네로(이제부터는 캐롤라이나 리퍼가 아닌 아바네로) 가지에 파프리카 모종의 뿌리를 자르고 접목하여 성공한 사진이다. 한번 시도해서 바로 성공했다. 두 번째 시도는 실패했다. 접목은 쉽지 않았다. 어쨌든 이렇게 접목해서 가지고추처럼 새로운 고추가 열리길 기대해 본다. 매운 파프리카가 생길지 아니면 안 매운 아바네로가 생길지.
[허브와 채소 키우기/고추들] - 파프리카와 캐롤라이나 리퍼 접목 실험 ('22년 4~5월)
6월 2일.
캐롤라이나 리퍼라 생각했던 고추가 리퍼는 아닌 것 같고 어느 정도 매운지 맛을 보기 위해 빨갛게 익은 고추 하나를 땄다. 크기는 아래와 같이 500원짜리 동전보다 작은 크기다. 지금 열려있는 아직 익지 않은 고추들은 크기가 이것보다는 2배 정도로 크다.
퇴근하면서 포장해 온 깡패처럼 매운 우동에 넣기 위해 잘랐다. 매운 향이 올라온다. 고추가 맵기에 조심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고추를 자르고 우동에 집어 놓은 손으로 인중을 만졌다. 정말 쓰라리고 얼얼하다. 눈을 비볐을 경우 큰일이 났을 것이다. 매운 고추를 만졌을 때는 반드시 씻자.
원래 매운맛 우동이었다. 거기에 추가로 넣었다. 맛은 정말 맵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나는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정말 매웠다. 역시 작은 고추가 맵다.
그리고 역시 좀 특이한 향이 난다. 화장품을 섞은 듯한,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향기. 아주 약하게 났다. 그래서 이걸 아바네로 고추라고 확신한다.
6월 25일.
장마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오늘은 비가 오지 않고 덥기만 하다. 그래서 저녁에 물을 뿌리고 목욕시켰다.
1호보다는 작은 2호. 1호 못지않게 꽃도 많이 피고 고추도 열렸다.
2호에는 특이한 가지 하나가 있다. 위 사진처럼 길게 위로만 자라고 있는 가지이다. 하바네로는 키우는 과정을 보니 가지의 간격이 짧으며 옆으로 자라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저 가지만큼은 위로 곧바로 자라고 있다.
2호에는 지난달에 하바네로에 접목했던 파프리카 가지가 붙어 있다. 파프리카 모종을 붙인 것인데 화분에 심은 모종과 비교해서는 자라는 속도는 느리지만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파프리카 가지에 빨리 꽃이 달려 고추가 열리는 것을 보고 싶다. 무슨 고추일지는 모르지만.
많이 열려도 저 매운 고추를 누가 다 먹나..
1호는 풍성하게 잘 자라고 있다. 가지가 조금씩 기우는 것 같아서 옷걸이를 잘라 화분에 고정시켰다.
고추도 많이 열리고 하나는 또 익었다. 아마도 글을 쓰고 난 후 배가 출출해서 라면을 먹을 때 따서 먹을 것 같다.
고추들이 잘 열리고 있다. 베란다에서 키우면서도 이렇게 고추가 잘 열리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아참, 8월 26일부터 3일동안 청양에서 고추구기자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거기에서 여러가지 고추들을 전시한다고 하니 꼭 가볼 예정이다. 지금 키우고 있는 이 고추가 무엇인지 비교해서 확인해 볼 예정이다.
[허브와 채소 키우기/고추들] - 매운 고추 키우기 ('22년 4~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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