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와 채소 키우기/고추들

이건 해프닝... 넝쿨에 달린 고추?인줄.. 편의점 앞 넝쿨에서.. (22. 9. 19)

물주는과학자 2022. 9. 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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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어제.

회사 동료들과 커피 한잔하러 회사 앞 편의점에 갔다.

커피를 사서 건너편 공터 쪽 벤치에 앉아 간만에 맑은 하늘을 보며 담소를 나누었다.

그 공터에는 얼마전까지 편의점 점주이자 그 건물의 건물주 사장님 내외가 소소하게 고추, 호박을 키웠다.

고추는 이미 다 뽑아버렸다.

근데 그 옆에 잡초속에서 고추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뽑은 고추를 던져 놓았겠거니 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집에서 키우는 하바네로.

고추라는 것은 가지과에 속한 식물로 곧은 가지와 나선형 모양의 잎을 가지고 있다.

파프리카.


대부분은 고추가 그렇다.

다음카페 '건강한 약초'의 한 게시물에서.


그런데 편의점 앞의 공터에서 본 고추처럼 생긴 열매를 맺는 식물은 뭐지?

그냥 넝쿨 속에 고추가 뿌려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 옆에 고추들이 있었기 때문에 쭉정이들이 달린 고추들을 뽑아 한쪽에 버린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넝쿨 가지에 고추가 달려있다.
이건 뭐지?

완전 넝쿨이다. 잎은 별 모양.


호기심 발동.
그 중에서 풋고추와 같은 아직 익지 않은 걸 골라 땄다.


편의점 벤치에 앉아 고추와 같이 생긴 걸 살폈다. 동료들은 이 열매가 신기한 것이 아니라 나를 신기해했다.

정체 모를 고추와 모양이 같은 열매.
한번 맛 보고 싶었다.
그러다간 큰일이 난다. 독 성분이 있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HPLC, Raman, FTIR 등등 화학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Tool로 어떤 시료에 포함된 물질을 구별해 낼 수 있으며 알려진 독성 성분이 있는지 함유량은 얼마인지를 분석해 낼 수 있다.

즉, 먹지 않고도 이게 독초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어땠을까?
먹어보지 않고는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를 알 수 없다.
게다가 혼자 있을 때 이게 독성분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먹어본다면, 만약 독이 있어 죽게된다면 다른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
먹어봄을 시도한 사람이 이게 독이 있소라고 기록을 남기기 전까지는. 과연 고통을 느끼면서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 기록을 남길까?

그래서 과거에 독초를 알게된 방법은 두세 사람이 모여 함께 확인하는 방법으로 후대에 기록을 남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곁에 동료들이 있으므로 내가 한번 해 볼 수 있겠으나 무모한 도전은 싫다.

어쨌든 내가 분석할 수 있는 것은 시각과 후각을 이용하는 것 밖에는 없다.

따서 보니 그냥 풋고추다. 뭐라 달리 부를 것도 없이.

쪼개보았다. 여느 고추처럼 씨앗의 모양도 같고 달린 모양도 같다.

그렇다면 냄새는?

고추장이나 쌈장이 필요했다.
풋고추 냄새가 났다. 입으로 가져갈 뻔 했다.


넝쿨 줄기를 따라가다가 꽃이 핀 것을 보니 일반 고추와는 꽃이 다르다. 사실 이 넝쿨인지도 잘 모른다. 여러 넝쿨이 섞여 있어서.

어쨌든 고추와 모양도 냄새도 같은 열매가 넝쿨에 달렸다. 고추의 한 종류인지 아니면 다른 종이지만 고추와 비슷하기만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구글링이 필요했다.

"넝쿨 고추" "넝쿨에 달린 고추"

그 옛날 아기를 낳으면 문앞에 달던 고추줄 장식, 넝쿨과 고추를 위한 지지대만 검색된다.

뭔가 새로운 검색어가 필요하다.


9월 21일.

해프닝이다.

어제 밤에 찍어둔 사진으로 검색.
환삼넝쿨. 율초라고도 불리는 넝쿨이었다.

댓글을 달아주시며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숲으로88님께 감사드린다.

풀숲을 들어가 고추가 달린 가지를 들추어보니 그냥 고추.



편의점주가 키우던 고추를 뽑아 던져 놓은..
뿌리가 보였다. 뿌리.  뿌리.

내가 관찰력이 부족한 것이다.

사람은 상상을 할 수 있는 존재다. 일부를 보고 전체를 그릴 수 있다.

그러나 이 능력이 가끔은, 아니 자주 오류를 범한다. 믿고 싶은 부분만 보고 알고 싶은 부분만 취사선택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일게다.

호기심이 관찰을 하게 만들었고 관찰을 통해 얻은 정보로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 결과가 기존의 지식과 배치될 때 이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적인 관찰이나 정보수집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오류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지금 python으로 시뮬레이터를 하나 만들고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좀 더 깊게 고려해야 하는 부분을 넘겨버린 부분도 있을 것 같다.

Maxwell, Runge Kutta, 부동소수점, Bohm diffusion, Sheath potential...

뭔가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차근차근 살피자.

오늘 또 하나 배운다.

뿌리를 살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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